집주인 허락 없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사실만으로 전세계약 파기사유될까?

장현순 기자 / 기사작성 : 2018-07-06 12: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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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상식이 편견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게티이미지
자녀를 키우는 세입자라면 누구나 집을 구하면서 한번쯤은 아이들 때문에 원하는 집을 포기해야 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을 쉽게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집주인들은 아이들이 집을 망가뜨릴 것을 걱정하여 잘 빌려주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서러운 마음에 빨리 ‘내 명의의 집을 사리라’ 다짐하기도 한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세입자들도 유사한 경험을 하곤 한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주인이 아예 생각하지 못하거나 몰래 키우는 경우가 가능할 때가 있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만일 입주 전에 반려 동물에 대해 서로 합의한 것이 없다면 세입자는 ‘당연히’ 반려 동물을 키우면 안되는 것일까?


지난 8월 20일 법률신문 기사에 따르면,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사전에 반려 동물에 대한 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반려 동물을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났다고 보도했다.


계약금을 받은 집주인이 이후 임차 예정인이 반려견을 3마리 키운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새집을 망가뜨릴 것을 우려하여 계약 파기를 요구하며 계약금을 공탁했고, 임차 예정인은 공탁금을 수령하였으나 일방적인 계약 파기이므로 계약금의 2배를 요구했으며 재판부는 임차 예정인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아마도 집주인은 ‘당연히’ 임차인이 반려견을 키우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임차인은 주인의 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당연히’ 반려견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당연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도 반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고 한탄할 일일 수 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면 처음부터 계약 사항을 꼼꼼히 체크하여 오해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상식’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편협함을 간과하기 쉽다. 유유상종이라고 사람들은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그것이 세상의 기준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걸음만 벗어나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반려동물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은 당연한 것도, 이상한 것도 아니다. 반려 동물에 대한 선호가 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면 상대방에게 그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는 현명한 배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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