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지금]먹고 살기 위해 생명을 키운다는 것

유창선 기자 / 기사작성 : 2018-07-25 17: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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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태계의 일부로써 책임과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육류를 섭취하는 사람들의 자세 및 생산과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때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GettyImagesBank이매진스 제공>

몇 달 전, 호주의 양이 살아있는 채로 해외로 수출되는 과정에서 폐사하는 사건은 이후 축산물 수출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축산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도 일부 나타났다. 하지만 다수의 호주 농장주들은 이러한 부정적인 시선을 억울하게 생각한다.


며칠 전 호주의 한 농장주의 아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편이 양들을 돌보는 사진과 글을 올려 많은 호응을 얻었다. 사진 속의 남편은 아기 양에게 젖을 먹이고, 자신의 무릎에서 잠든 아기 양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라우라 허튼 스토어(Laura Hutton-Storer) 라는 여성은 글을 통해 자신의 남편이 양들을 돌보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라 애정으로 그들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식사를 하기위해 뒤에서 노력하는 이들의 노고를 쉽게 매도하는 것에 대해 서운함도 표시했다.
호주에서 축산업은 매우 큰 산업이고 주요 수출품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호주산 육류는 흔히 구할 수 있고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이 높다.


농장의 규모도 매우 크지만, 사육환경도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하지만 산업화와 경제성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동물의 권리나 생명존중이라는 면까지 고려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얼마 전 한국의 한 동물보호단체가 치킨 업체의 이벤트에 기습적으로 침입해 자신들의 의견을 조금 과격한 방법으로 표현한 사건이 있었다. 그들의 주장 중 많은 부분이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달걀만 하더라도 호주에서는 닭장에서 키운 닭에서 생산되는지, 밀도가 높은 우리에서 키운 것인지, 아니면 넓은 농장에서 키운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표시하며 가격도 다르다.


육우도 사육환경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를 통해 시장의 시스템 안에서 사육환경 개선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어차피 죽여서 먹기 위해 키운다는 근본적인 비윤리성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많은 호주인이 부분적, 혹은 전면적 채식주의자들이며 이들을 위한 메뉴에서부터 전문 식당, 식자재 공급회사까지 다양한 파생 상품이 큰 규모로 존재한다. 왠만한 식당에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 한두 개 정도는 준비해 두는 것이 당연시된다.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다면 관련 산업은 축소되거나 없어지겠지만 반대로 채식 관련 산업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적 접근도 간단히 결론 내기어렵다. 채식주의자들의 주장대로 육류 사육을 위한 환경 파괴가 더 심하기 때문에 환경적으로도 채식주의가 더 설득력을 갖기 쉽다.


하지만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잡식성 동물이다. 곰이나 여우, 오소리들이 육류 외에 다른 것도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채식을 강요한다면 그 역시 생명 존중이나 생태계 보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야생동물은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이고 인간은 유희나 미적 쾌감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른 동물들의 마음까지 알 수는 없기에 그들이 어떤 심정으로 육식하는지까지 넘겨짚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성숙한 사회의 의사결정은 개인의 가치관들이 서로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지 않고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 설득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채식주의자의 입에 고기를 억지로 넣는 것이 폭력이듯이 육식을 하려는 사람의 식탁에서 일방적으로 고기를 치워버리는 것도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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