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공원 상암이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총에 맞아 죽었다

김대일 기자 / 기사작성 : 2018-10-15 20: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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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들과 잘 어울려 놀던 유기견 '상암이'

 

상암 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에는 몇 개월 전부터 놀이터 주변과 공원을 떠도는 유기견 상암이가 있었다. 주인이 없어 놀이터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었지만, 놀이터를 방문하는 강아지 친구들과 곧잘 어울리곤 했다. 짖음 한 번 없이 주민들과 강아지 친구들 주변을 수줍게 맴돌던 상암이를 위해 주민들은 아침, 저녁으로 밥과 간식을 챙겨주었다. 상암이와 함께 놀기 위해 반려견 놀이터를 찾는다는 주민들은 집없이 떠도는 상암이를 유기견 보호소로 보내는 것 보다, 주민들이 돌보며 반려견 놀이터 앞에 임시 집도 마련해 주고 입양자도 찾아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난 9월 28일,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상암이가 마취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공원을 담당하는 서부공원녹지사업소는 유기견 상암이를 포획해야한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있었고 월드컵 공원 내 많은 축제가 예정되어 있었던 만큼 하루 빨리 상암이를 포획하고자 했다. 사무소는 자체적으로 포획틀을 설치했지만 포획이 쉽지 않았고 마지막 수단으로 마취총을 이용한 포획을 진행했으나 마취총으로 인한 쇼크사라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상암이가 안타깝게 생명을 잃게 되었다.


유기견 상암이의 죽음은 많은 아쉬움과 함께 몇 가지 질문을 남겼다.
 

첫째, 마취총 보다 안전한 방법 통해 포획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했는가?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에 따르면, 유기동물을 포획할 때에는 관찰을 통해 동물의 이상여부를 확인하고 동물의 고통 및 스트레스가 가장 적은 방법으로 포획, 구조하여야 하고 마취총은 사람을 기피하거나 인명에 위해가 우려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마취총 사용은 포획틀이나 포획그물 등 다른 방법을 시도 한 후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던 상암이의 경우, 포획틀 내 음식물을 활용해 포획틀 안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급여를 제한하는 등 주민들과의 협력이 큰 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적절한 방법으로 마취총을 사용했으며 행여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충분히 대비하였는가?
마취 약물의 사용은 동물의 체중과 몸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여 적절한 용량과 근육이 많은 부위에만 사용해야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관계자 확인 결과, 마취총은 왼쪽 앞다리 위쪽인 심장 부근에 발사됐으며, 상암이의 상태에 맞춰 적절한 용량의 마취 약물이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셋째, 상암이를 누구보다도 오래 지켜보고 돌봐온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할 수는 없었는가?
상암이가 수 개월 동안 공원을 떠돌았지만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은 상암이를 아침 저녁으로 살뜰히 보살펴 준 많은 주민들 덕분이었다. 주민들은 상암이가 포획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모여 상암이를 안전하게 포획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입양처까지 마련해둔 상태였다. 그러나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측은 이러한 주민들의 계획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취총 포획일을 사전에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마취총 발사 시각과 병원 이송 시각에 대해서도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얘기했다. 시민들은 이러한 사업소의 대처방식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상암이가 밥을 먹던 곳에는 상암이를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의 메시지와 꽃이 가득하다. 
 

상암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은 지난 9월 28일부터 유기동물의 구조 및 포획에 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국민청원 주소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92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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