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펫동물병원 최인영 수의사의 칼럼]반려견과 사람 사이, 규칙이 필요해요

최인영 수의사 / 기사작성 : 2019-05-09 10:21:52
  • -
  • +
  • 인쇄
▲게티이미지뱅크

 

 “‘앉아!’라고 아무리 말해도 안 들어요. 저한테 반항하는 건가요?”
3살짜리 반려견을 데리고 온 보호자가 나에게 묻습니다. 보호자는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수시로 반려견에게 “이리 와!”, “하지 마!”, “앉아, 앉으라고!”와 같은 명령을 했습니다. 하지만 반려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병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그때마다 보호자는 답답해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반려견을 복종시킬 수 있는 훈련법 좀 알려주세요.”
나는 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이자 수의사로 오랫동안 반려동물을 돌봤습니다. 긴 시간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동물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안 돼!”, “하지 마!”, “야!”, “누구야!”, “이리 와!”라는 식의 강압적으로 명령하는 복종 훈련은 금물입니다. 그렇게 하면 반려견에게 두려움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말을 들을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행동을 변화시키지는 못합니다. 일방적으로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복종 훈련은 동물의 기본적인 습성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반려견이 짖거나 뭔가를 물어뜯고 달려드는 등의 행동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반려견의 자연스러운 본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반려견이 사람처럼 말하고, 손으로 만지며, 두 팔을 뻗어 안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반려동물을 자꾸 의인화하는 것입니다. 동물인데 사람 입장에서 되는 행동과 안 되는 행동을 정하고 “이렇게 혼을 내거나 야단치면 알아듣겠지, 이번에 따끔하게 이야기했으니 다음엔 안 그러겠지.” 하고 믿습니다. 대다수 보호자가 흔히 하는 착각입니다. 동물은 동물이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짖기, 물어뜯기, 달려들기, 냄새 맡기 등 반려견의 습성과 본능을 잘 이해한 후에 허용하는 행동과 허용할 수 없는 행동을 구분하고, 이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존중해줄지를 정해야 합니다. 즉, 반려동물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규칙은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상하 복종 관계가 아닌 상호 존중 관계로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법이 개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의무를 지키게 하여 다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듯이, 사람과 반려견과의 규칙 역시 두 존재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합니다. 어떤 사이든 상하 복종 관계로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칙을 잘 교육받은 반려견은 사람이 많은 공간에 데려가도 사고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러면 보호자는 더욱 안심하고 다양한 공간에 데려갈 수 있습니다. 반려견은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사람은 다치지 않으니,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반려견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그렇다면 규칙은 언제부터 가르쳐야 할까요? 반려견을 처음 집으로 데려왔을 때부터 규칙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족끼리 충분히 이야기한 후 필요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규칙을 가르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보호자를 비롯한 가족 구성원 전체가 일관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에게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예를 들어 어제 가족 식사 자리에서 짖었더니 간식을 받았는데, 다음 날 짖으니 누군가는 혼을 내고 다른 누군가는 간식을 준다면, 반려견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반려견은 보호자에게 어제까지 허용된 행동은 오늘도, 내일도 당연히 허용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가 규칙을 정하고 가족 모두가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합니다.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구분하여 좋은 행동은 강화하고, 나쁜 행동은 억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벌하지도 않고 혼내지 않아도 이러한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을 ‘긍정 강화 훈련’이라고 합니다. 잘한 행동은 칭찬하고 간식을 주고 스킨십을 하여 그러한 행동이 좋은 행동이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강화시키고, 잘못한 행동은 나무라고 혼을 내기보다는 칭찬과 보상을 통해 학습시키고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훈련의 핵심입니다.


반려견은 평생 3살, 5살짜리 아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보호자는 평생 보호해주고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는 엄마 역할을 해야 합니다.



|반려동물 행동학을 바탕으로 궁금증을 해결합니다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펫팸족이 천만 인구에 가까운 현실에서 사람과 동물이 올바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위한 해답을 주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보통 가족 중에서 정신적인 문제를 보이면 어떻게 할까요? 만약 아이라면 씩씩하게 해달라고 태권도학원으로 보낼까요? 아니면 정서를 안정시키겠다고 피아노학원이나 미술학원으로 보낼까요? 대부분 병원에 가서 상담과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왜 반려견은 동물병원 대신 바로 훈련소를 찾아갈까요? 아마도 몰라서일 겁니다. 반려견이 문제행동을 보인다면 행동의학적인 진단과 처방부터 받고 훈련받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매일매일 마주치는 궁금증과 그 해결 방안을 담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나’에겐 절실한 물음 하나쯤은 있으셨죠? 현장에서 직접 만났던 다양한 반려견 이야기를 통해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해드립니다. 더불어 반려견이 응급 상황에 처했을 때, 병원으로 옮기기 직전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담았습니다.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이 책을 읽어두면 갑작스런 상황에도 조금 더 침착하게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도서 '반려견은 처음이지?'
▲러브펫동물병원 최인영수의사 프로필

[저작권자ⓒ 펫이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